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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PARCEL의 시작


우리는 조각가와 비주얼 아티스트, 안무 창작가 이렇게 각기 다른 전공자 셋이 모여 만들어진 그룹이다. 비슷한 취향보다는 싫어하는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이며, 연령도, 사는 지역도 국가도 다르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해 고민하며 메시지를 전달할 주제를 정한다. 소포를 통해 작품을 보내고, 다음 작가가 연결하여 작업을 하고, 다시 다음 작가에게 전달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생각의 공유와 소통은 시공간과 관계없이 진행되었고 그 과정을 통해 더욱 연결됨을 느꼈다.

 

‘Language’란 주제는 가장 소통의 근본이 되는 ‘주제 없음’과 같은 맥락이며 우리의 첫 소통이 시작됨을 알리는 주제였다.

 

전효주 작가의 레이저 커팅 된 나무 퍼즐들은 ‘말’을 듣는 수용자의 입장에서 풀어낸 작업이다. 퍼즐 박스 안에 또 다른 작은 퍼즐 조각들과 description 종이가 들어있고 글로 적힌 설명을 보고 각자 이해한 대로 퍼즐 조각을 완성하게 된다. 이 과정들은 여러 사람들이 작업하는 영상으로 제시되고 수용자의 완성품은 조각의 형태로 제시하였다. 같은 표현을 보고도 다르게 나타나는 작업을 통해 언어가 빚어내는 오해를 형상화하였다. 우리는 언어를 인간만이 사용한다는 정확한 소통의 완성으로 치부하지만 오가는 언어 속에 오해가 빚어지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음을, 그리고 그 오해와 한계의 관계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이희진 작가의 ‘이빨까다’ 시리즈는 언어의 부정적 모습을 시각화하였는데, 같은 표현이어도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표현하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상처가 되기도 분노가 되기도 하는 상황을 나타내었다. 입 안에서 나오는 ‘독’들로 인해 손상되는 마음들은 마음을 넘어서 생활까지 무너지게 만든다. ‘말’이란 매력적인 소통의 도구는 오히려 소통의 부재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Lighting Human’는 두상과 몸의 모습을 한, 사람 형상의 조명기구로, 외관에 붙은 도자기 조각들은 ‘이빨까다’에 등장한 인물들이다. 이 인물은 사람 형상의 대표이며 말을 하는 사람이기도 듣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 인물은 캐릭터화되어 공동 작품에서도 등장하는데 생각 없이 말을 내뱉는 사람의 모습을 상징한다.

 

이운주 작가의 퍼포먼스 영상은 안무와 흙을 만지는 신체 활동의 레이어 중첩으로 표현된다. 구체적 언어가 아닌 비언어적인 특성을 가졌지만 가장 잘 전달되는 도구이기도 한 신체언어이다. 작가는 가끔은 소통의 단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자신만의 배출로 끝내기도 한다. 사진 작업에서는 백자토 위에 검정 유약을 드리핑한 가면을 쓰고 또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전체적으로 조금씩 구체적인 모습으로 변화하는 듯하지만 결국은 이해하기 힘든 표현으로 맺는다.

가끔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길 바라고 내뱉어 버릴 수밖에 없는 말이 있는 것처럼 이번 작품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는 작가의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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